창립배경과 철학: 해체와 젠더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정신
Y/Project는 2010년 프랑스 파리에서 아브디 엘 마자이드(Yohan Serfaty)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Y/Project는 고딕적이고 다소 어두운 톤의 남성복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로, 실루엣과 감정 표현에 집중하는 컬렉션을 선보이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 디자이너 요한 세르파티가 사망하면서 브랜드는 위기를 맞았고, 이후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면서 브랜드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글렌 마틴스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출신으로, 마르지엘라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기존 Y/Project의 다크한 무드를 유지하되, 더 실험적이고 유연한 구조로 브랜드를 재해석했습니다. 마틴스의 핵심 철학은 “경계 허물기”입니다. 젠더의 경계, 실루엣의 고정관념, 소재의 전형성을 해체하고 새롭게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그는 Y/Project를 단순한 스트리트 브랜드가 아닌, 하이엔드 아방가르드 브랜드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브랜드의 이름 자체가 말하듯, Y/Project는 어떤 하나의 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Y’라는 선택지에서 출발한 수많은 해석의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특히 글렌 마틴스는 문화, 시대, 계층, 젠더를 넘나드는 디자인으로 ‘패션은 자유’임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테일러링 위에 트랙슈트 요소를 결합하거나, 고딕적 디테일을 스트리트웨어에 녹이는 방식은 그 대표적 예입니다. 그는 종종 “우리는 룩이 아니라 태도를 디자인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Y/Project가 단지 옷이 아닌 개인의 자아와 아이덴티티를 입히는 브랜드임을 보여주는 철학적 기반입니다.
디자인 스타일: 해체주의와 변형의 미학
Y/Project의 디자인은 겉보기에는 과장되고 과감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구조 해체와 재조립의 미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글렌 마틴스는 실루엣을 해체하고, 옷의 구조 자체를 재조립함으로써 기존 패션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를 창조합니다. 이 브랜드는 종종 “옷을 입는 방식조차 달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입는 사람에게 능동적 참여를 요구합니다.
대표적인 디자인 특징 중 하나는 다중 구조와 레이어링, 그리고 탈부착 가능한 요소들의 활용입니다. 하나의 셔츠가 두 가지 이상으로 연출되거나, 바지가 반으로 갈라져 다른 방식으로 조합될 수 있는 등, ‘변형 가능한 옷’이라는 개념을 실현합니다. 또한 Y/Project는 의류의 입체적 형태, 텍스처, 중력에 반응하는 구조적 특성을 활용하여, 옷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맞춰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색감이나 소재 또한 독특합니다. 정제된 톤의 컬러를 주로 사용하면서도, 텍스처가 다양한 원단(벨벳, PVC, 시폰, 데님 등)을 하나의 아이템에 혼합하여 시각적 충돌과 긴장감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조합은 관습적인 ‘고급스러움’보다는 비정형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강조하며, 런웨이에서도 ‘움직이는 조각’ 같은 연출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마틴스는 또한 젠더리스 디자인의 선두주자이기도 합니다. Y/Project의 옷은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분이 모호하며, 대부분의 아이템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착용 가능한 구조를 가집니다. 이는 성별의 이분법적 구분을 해체하고, ‘개인의 스타일이 곧 성별을 정의한다’는 패션의 진보적 시선을 반영합니다.
결국 Y/Project의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 충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착용자와의 대화, 옷이라는 구조물에 대한 탐색, 사회적 개념에 대한 질문을 동시에 제시하는 철학적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 하이엔드와 스트리트의 유연한 접점
Y/Project는 독특한 디자인 언어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으로도 주목받습니다. 글렌 마틴스는 디자이너로서 창의성을 유지하면서도, 브랜드의 비즈니스 확장에 있어서도 매우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하이엔드와 스트리트의 중간 지점을 공략하면서 양쪽 시장의 감성과 수요를 모두 포괄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확장시켜 왔습니다.
첫째, Y/Project는 시즌마다 고정된 이미지나 콘셉트를 답습하지 않고, 매 시즌 전혀 다른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17세기 궁정 복식에서 영감을 받은 시즌이 있는가 하면, 다음 시즌엔 힙합 문화나 스포츠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 등장하는 식입니다. 이는 브랜드가 ‘정체되지 않는 에너지’를 상징함과 동시에, 패션을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해석하는 툴로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둘째, 협업 전략 또한 매우 탁월합니다. Y/Project는 UGG, FILA, Canada Goose 등 다양한 대중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고유의 철학을 유지하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들였습니다. 특히 2018년의 UGG 협업 부츠는 과장된 실루엣과 유머러스한 디테일로 큰 화제를 모았고, 브랜드의 위트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셋째, 디지털 콘텐츠 전략도 강점입니다. Y/Project는 소셜미디어에서 컬렉션 발표, 캠페인 영상, 백스테이지 컷 등을 정교하게 구성하여 시각적 세계관을 온라인으로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런웨이 영상도 단순한 패션쇼 기록이 아닌 콘셉추얼한 단편 영화나 퍼포먼스 아트처럼 연출되어 브랜드의 예술적 측면을 부각합니다.
또한 Y/Project는 가격 정책에서도 유연함을 보여줍니다. 하이엔드 컬렉션은 물론이고, 일부 데님이나 후디 등 입문용 아이템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성하여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균형 전략은 Y/Project가 소수 취향의 니치 브랜드가 아닌, 전 세계 시장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춘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한 주요 요인입니다.
Y/Project는 단지 튀는 디자인이나 파격적인 쇼맨십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이 브랜드는 해체주의, 젠더리스, 실루엣 실험을 통해 패션의 구조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브랜드이며, 그 철학은 디자이너 글렌 마틴스의 진정성과 전략적 운영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Y/Project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미래의 패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실험적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