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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레도(Byredo)창립철학과 브랜드 디자인 언어와 의미

by hahahoho11 2025. 7. 13.

바이레도 매장 사진

감정과 기억을 향으로 담아낸 브랜드

바이레도(Byredo)는 단순한 니치 향수 브랜드를 넘어, 기억·정체성·감성·디자인이 결합된 감각의 총체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0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창립된 이 브랜드는 단 몇 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며 ‘감성의 아이콘’으로 부상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한 사람, 벤 고햄(Ben Gorham)이 있습니다.

벤 고햄은 인도계 캐나다인 아버지와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화가로 활동하던 예술가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조향 교육을 받지 않은 ‘비전문가’였지만, 여행 도중 조향사의 작업실을 방문한 경험을 계기로 향이라는 감각적 매체가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얼마나 강하게 자극하는지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향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이미지보다 오래 남는다.”라는 신념은 그가 바이레도를 시작하게 된 원동력이었습니다.

바이레도의 향수는 단순히 좋은 냄새를 내는 제품이 아닙니다. 각각의 향수에는 벤 고햄의 개인적인 기억, 문화적 배경, 감정의 조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표작인 Bal d'Afrique는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찬사이자, 아버지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Mojave Ghost는 황량한 사막에서도 강인하게 자라나는 야생화를 모티프로, 인간의 생명력과 정서를 은유적으로 담아냅니다. Gypsy Water는 유랑민의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을 향으로 표현한 작품이며, 이처럼 바이레도의 모든 제품은 ‘이야기’를 품고 소비자에게 감각적 서사를 전달합니다.

바이레도는 그 시작부터 단순히 ‘향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향을 통해 기억을 쓰고, 감정을 표현하며, 정체성을 공유하는 예술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예술성은 시각적으로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이레도의 디자인 언어

바이레도(Byredo)의 디자인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절제된 감각’이다. 이 브랜드는 향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각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온 브랜드입니다. 대부분의 향수 브랜드가 화려한 병 디자인, 복잡한 장식, 고전적인 디테일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바이레도는 디자인의 ‘침묵’을 선택합니다. 이 침묵은 단순함에서 비롯되지만, 그 단순함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상징은 향수 병이다. 원통형 투명 글라스에 검은색 둥근 캡, 흰 배경에 검은 산세리프체로 인쇄된 제품명. 단 3가지 요소만으로 완성된 이 디자인은 기능과 감성, 브랜드 철학이 모두 농축된 조형물이라 할 수 있다. 병 모양은 미니멀하고 직관적이며, 사용자의 손에 들어왔을 때 무게감과 균형이 느껴지는 구조로 설계됐다. 라벨은 브랜드명을 제외한 모든 언어를 생략하고, 향수 이름만 단독으로 강조함으로써 사용자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에 따라 해석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긴다.

바이레도의 디자인은 향수 제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된다. 핸드크림, 보디로션, 헤어 퍼퓸, 립밤, 룸 디퓨저, 캔들, 심지어 선글라스와 가죽 액세서리까지도 바이레도의 미니멀한 감각 아래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공유한다. 이는 브랜드가 단순한 향수 브랜드를 넘어서 ‘감각적 일상’을 제안하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미학은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바이레도는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설명을 강요하지 않는 대신,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둔다. 이는 "제품은 말없이 감성을 전달해야 한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각적 자극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소비자에게는 시각적으로 ‘정제된 여백’으로 다가오며, 그 여백은 오히려 브랜드와의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 매개가 디고 있습니다.

바이레도의 디자인은 단지 ‘예쁘다’거나 ‘세련됐다’는 평가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보는 이의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백의 미학’이며, 시각적 미니멀리즘 속에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이 단단히 내재된 결과물이다. 소비자는 이 여백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그 순간 바이레도는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감각적 경험이 된다.

브랜드 이상의 의미

바이레도(Byredo)는 단순히 ‘향이 좋은 니치 향수 브랜드’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 브랜드는 제품 하나하나를 통해 정체성과 감정, 취향과 철학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하며, 특히 감성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완벽히 맞닿아 있습니다.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소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 ‘진정성 있는 메시지와 스토리를 추구하는 태도’, ‘개인화된 경험’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깁니다. 바이레도는 이러한 세대적 특성에 정면으로 호응하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브랜드 철학과 감성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젠더리스 향조입니다. 바이레도의 대표적인 향수 라인업은 남성·여성을 구분하지 않으며,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정체성과 감각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니즈에 완벽히 부합합니다. Bal d'Afrique, Gypsy Water, Mojave Ghost 등은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이며, 각각의 향은 보편성과 개별성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레도는 시각적 감성 콘텐츠를 중시합니다. 향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는 철저하게 절제된 디자인과 미니멀한 이미지 전략을 구사합니다. 단순한 향수병 하나조차 ‘갖고 싶게 만드는 오브제’로 기능하며, 소비자는 이 병 하나를 통해 자신만의 미적 감각과 취향을 표현합니다.

이러한 시각적 미니멀리즘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SNS 공유에 최적화된 형태로 소비자의 자발적 콘텐츠 생산을 이끌어내고, 바이레도는 자연스럽게 문화적 영향력을 넓혀갑니다.

바이레도는 콜라보레이션 전략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발휘합니다. 오프 화이트, 아크네 스튜디오, 이사마야 프렌치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며 브랜드의 문화적 깊이를 확장시켜 왔고, 이는 제품을 넘어선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처럼 바이레도는 상업적 소비를 넘어 감성적, 문화적 소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이레도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리필 가능한 향수 용기, 재활용 가능한 패키지, 비건 포뮬러를 적용한 제품 등은 환경 감수성이 높은 MZ세대에게 신뢰와 존중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멋’과 ‘윤리’가 공존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은, MZ세대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브랜딩이 됩니다.

결국 바이레도는 MZ세대에게 있어 단순한 향수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기능합니다. 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순간, 소비자는 향이라는 무형의 감각 속에 자신만의 스토리와 철학, 취향을 함께 담아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