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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라보(Le Labo)창립철학과 디자인 스타일 및 브랜드 전략

by hahahoho11 2025. 7. 14.

르라보 매장 사진

실험실에서 태어난 감각의 철학

르 라보(Le Labo)는 2006년, 뉴욕 소호(SoHo) 한복판에서 탄생한 감성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에디 로쉬(Edouard Roschi)와 파브리스 페노(Fabrice Penot)는 점점 상업화되고 대량 생산 위주로 변해가던 전통 향수 산업에 의문을 품고, 보다 인간적이며 예술적인 방식으로 향을 다루고자 르 라보를 시작했습니다.

‘Le Labo’는 프랑스어로 ‘실험실’을 뜻합니다. 이 이름처럼, 두 창립자는 향수를 단순한 화학적 배합물이 아닌 감정, 기억, 개인성을 담은 실험의 결과물로 정의했습니다. 르 라보는 향수가 감정을 저장하고, 기억을 환기하며,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향수를 고르는 행위조차 하나의 의식이자 퍼포먼스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신념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제품 제작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르 라보는 매장에서 고객이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조향사가 직접 향을 블렌딩 하여 제조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향기'를 구입하게 되며, 병에는 고객의 이름과 제조일자, 개인 메시지까지 각인되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수로 완성됩니다.

또한 르 라보는 조향사의 이름을 제품에 당당히 공개하는 브랜드로도 유명합니다. 디올이나 샤넬처럼 조향사의 존재를 감추는 기존 명품 브랜드와 달리, 르 라보는 창작자의 이름과 철학, 그리고 사용된 원료까지도 투명하게 밝힙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예술성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감성과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더욱 강화합니다.

감각의 언어를 디자인하다 

르 라보(Le Labo)의 향수는 단지 향으로만 소비되지 않습니다. 이 브랜드는 시각적으로도 강력한 미학적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 언어는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명확히 반영합니다. 브랜드의 첫인상은 바로 ‘디자인’에서 시작됩니다. 르 라보는 의도적으로 화려함을 거부하고, 절제된 미니멀리즘을 선택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의 향수 용기입니다. 갈색의 실험용 병을 연상시키는 유리 보틀은 약병이나 실험실 샘플처럼 보이는데, 이는 ‘향을 실험하는 공간’이라는 르 라보의 정체성과 일치합니다. 향수병에 부착된 흰색 라벨에는 타자기체로 구성된 폰트가 사용되며, 향수명, 조향사명, 제작 날짜, 구매자의 이름 등이 적혀 있어 매우 개인적이고 실험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단순한 ‘심플함’을 넘어서, 브랜드 철학의 시각적 표현입니다. 르 라보는 ‘덜어냄으로써 더 많은 것을 말한다’는 관점에서 디자인을 해석합니다.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감각의 본질인 향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병의 라벨 하나, 폰트 한 줄, 포장지의 재질 하나까지도 감각적으로 절제된 언어로 말하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조용한 진정성'을 더욱 강조합니다.

포장 역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연장선입니다. 향수는 얇고 거친 크라프트지 박스에 담겨 있으며, 손글씨 같은 라벨링과 수작업을 연상시키는 봉인 스티커 등은 대량 생산 제품에서 느낄 수 없는 수공의 감성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전합니다. 단순한 브랜드 로고조차 철저히 절제되어 있어, 오히려 소비자가 스스로 브랜드를 '발견'하게 만듭니다.

르 라보의 디자인 철학은 단순히 외형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의 경험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실험실, 창고, 약국 등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어 있으며, 조향사가 직접 향을 제조하는 퍼포먼스는 ‘향수 구매’라는 일상적인 행위를 특별한 의식으로 승화시킵니다.

결국 르 라보의 디자인은 단지 보기 좋은 외형을 넘어서, 브랜드 철학의 시각적 언어이며,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의 일부입니다. 그것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오래 남는 인상을 남기기 위한 '디자인된 침묵'이며, 바로 이 점이 MZ세대와 같은 감성 중심의 세대에게 강하게 작용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향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서사 

르 라보(Le Labo)는 단순히 유행이나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이 브랜드가 특히 MZ세대와 깊은 정서적 연결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늘날 젊은 세대가 중시하는 진정성, 개인화, 자기표현, 그리고 의미 있는 소비라는 핵심 가치를 정교하게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르 라보는 ‘개인화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향수를 구매하는 과정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만듭니다. 고객은 매장에서 자신이 고른 향을 즉석에서 블렌딩한 후, 병에 자신의 이름과 메시지를 새겨 넣습니다. 이 과정은 향수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나만의 정체성과 기억을 담은 상징물로 전환시킵니다.

또한 르 라보의 향수는 젠더리스 향조를 바탕으로 구성됩니다. 성별에 따라 제품을 구분하지 않고, 오롯이 향과 감각에 집중하게 하는 방식은 MZ세대가 중요시하는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태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향은 남성용·여성용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입니다.

브랜드의 윤리적 가치 실현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르 라보는 비건 포뮬러, 리필 가능한 제품 시스템, 동물 실험 반대 등 지속 가능한 철학을 실제 제품과 유통 과정에 반영하며,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진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높은 신뢰를 얻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마지막으로, 르 라보는 단순한 향수 브랜드를 넘어 예술과 문화의 접점을 탐구합니다. 브랜드는 사진, 문학,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예술 콘텐츠와 협업을 이어가며, ‘향’을 하나의 문화적 매체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각적 스토리텔링은 향수를 넘어 브랜드 전체를 하나의 감성 콘텐츠로 소비하게 만듭니다.

르 라보는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매장은 브랜드 철학에 맞게 현지 감성과 문화적 해석이 반영된 공간으로 설계된다. 서울, 도쿄, 파리, 뉴욕의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향으로 대화하는 문화 공간’이다.

르 라보는 향수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감정의 플랫폼이다. 향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깊게 각인되는 감각이다. 그 감각을 실험하고,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 그것이 바로 르 라보다.